방류 배수로 공사 2022년에 시작
지도 강 표시 2023년 이후 없어져
"국민 식수에 직접적 위협될 사안"

2025년 7월 현재 북한에 강이 없는 네이버 지도(왼쪽)와 다르게 2023년 5월 지도(오른쪽)에는 북한 개풍군의 예성강이 표시돼 있었다. /여성경제신문 DB
2025년 7월 현재 북한에 강이 없는 네이버 지도(왼쪽)와 다르게 2023년 5월 네이버 지도(오른쪽)에는 북한 개풍군의 예성강이 표시돼 있었다. /여성경제신문 DB

북한이 방사성 오염 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무단 방류한 가운데 네이버가 지도에서 해당 부분을 지웠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확인됐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북한이 함경도 평산군에 있는 우라늄 정련 시설에서 하천에 방류한 핵 폐수가 예성강·임진강을 거쳐 한강 하구를 통해 강화도와 서해 수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네이버 지도에서는 강화도 위쪽의 북한 예성강 하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정부가 민감한 정보를 숨기기 위해 지도 노출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네이버 측은 한 인터넷 매체에 "의도적인 수정은 없다"고 부인했다. 네이버 지도는 2021년 오픈스트리트맵(OSM)을 이용해 해외 지도 데이터를 구축했고 2023년 행정지명, 도로 등 최소한의 레이더 정보만 업데이트한 후 지금까지 수정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네이버 지도에선 예성강이 명확히 표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5월 한 누리꾼이 블로그에 올린 글에 교동도 여행 관련 정보를 올리며 서해 일대 남북한이 나오는 사진을 첨부했는데 현재와 다르게 예성강 물줄기가 나타나 있었다. 아울러 2018년 10월에도 누리꾼이 교동도 여행을 소개하며 첨부한 네이버 지도에 예성강이 나왔다.

2018년 10월 한 회원이 교동도 여행 후기를 올리며 첨부한 네이버 지도에 예성강이 표시돼 있다. /네이버 카페
2018년 10월 한 회원이 교동도 여행 후기를 올리며 첨부한 네이버 지도에 예성강이 표시돼 있다. /네이버 카페

북한이 핵폐수 방류를 위해 배수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의 날짜는 2024년 10월 31일이다. 해당 공사는 2022년 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지도는 2023년 5월 이후 공개 설명 없이 슬그머니 수정된 것이다.

네이버가 참고했다는 OSM은 비영리 단체인 오픈스트리트맵 재단이 운영하며 2005년 설립됐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의 무료 지도 서비스이다. 현재 OSM을 통해 강화도 위쪽을 보면 북한 예성강이 나와 있다. 구글맵에서도 예성강은 보인다. 

북한 핵폐수 의혹과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 등 핵 활동 동향은 관계기관과 함께 면밀하게 주시하고 분석하고 있다"며 "서해 방사능 농도 측정치의 유의미한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강화도 인근 해수욕장 방사능 수치가 0.92 마이크로시버트에 달했다”는 주장이 담긴 사진과 글이 퍼졌다. 한 유튜버는 강화도 민머루 해수욕장에서 방사능을 측정하는 영상을 촬영했는데 일반적인 자연 방사선 배경치(0.1~0.3 마이크로시버트)를 크게 초과하는 수치로 경고 상태를 나타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체르노빌 수준이다”, “왜 언론은 침묵하느냐”, “강화도 주민들이 위험하다”, “기형아 출산 급증 우려된다” 등 불안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위성사진에서 북한 평산 우라늄공장 침전지에 폐기물이 쌓이면서 슬러지(고체 쓰레기)가 늘어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글어스 및 월드뷰-3, 우주안보연구소 정성학 전문위원
지난해 10월 위성사진에서 북한 평산 우라늄공장 침전지에 폐기물이 쌓이면서 슬러지(고체 쓰레기)가 늘어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글어스 및 월드뷰-3, 우주안보연구소 정성학 전문위원

정치권에서는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는 즉각 북한 핵오염수 방류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수도권 수계 방사능 정밀 분석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의 식수와 밥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거 당대표 시절 ‘인류 최악의 재앙’, ‘제2의 태평양전쟁’, ‘방사능 테러’라는 말로 ‘후쿠시마 방사능 괴담’을 서슴지 않았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의 무단 핵폐수 방류에는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며 “도대체 어떤 논리와 기준인가. 북한이 하면 침묵, 일본이 하면 분노. 이게 국민 생명을 지키는 정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2일 “미국 위성전문가에 따르면 방류 정황이 위성에 찍힌 게 2023년 10월경이라는데, 사실이라면 1년 넘게 무단 방류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또 왜 윤석열 정부는 이것을 방치하고 있었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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